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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미친 화학자들의 무한도전
무엇이 과학을 진정 과학답게 만드는가? ☞ 도서 바로가기 :https://goo.gl/DcX6dX 과학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천재적 저술가 필립 볼의 역작"그들의 손끝에서 세상을 바꾼 위대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천재적 과학 저술가 필립 볼, ‘아름다운 실험’의 통념에 반기를 들다! 필립 볼은 전문 과학 칼럼니스트로 과학이라는 소재에 시사, 정치, 경제, 예술 심지어는 심리학까지 다루는 말하자면 고전적인 의미의 천재 저술가다. 필립 볼의 저자로서의 이력은 화려하다 못해 특이하기까지 하다. 전공인 물리와 화학을 비롯해 미술, 음악, 경제학까지 넘나들며 최근에는 그의 저서들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문학 명예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또 스티븐 호킹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2002),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2004) 등의 쟁쟁한 수상작에 이어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로 리처드 도킨스의 대표작인 [이기적 유전자]를 제치고 '2005년 아벤티스 과학저술상'을 수상했다. 아벤티스 과학저술상은 1988년부터 수여되는 상으로 논픽션 부문에선 가장 권위 있는 상 중의 하나로 인정받는다. 처음 그의 글을 접하는 독자들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그럼에도 결국은 필립 볼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고정 독자가 되곤 한다. [실험에 미친 화학자들의 무한도전] 역시 실험이라는 아주 익숙하고 평범한 소재를 다룬 책이긴 하지만 단지 그뿐이라기엔 수식어가 부족하다. 그저 자연과학 도서의 일부이겠거니 여기고 책장을 펼치면 몇 장 읽지 않아서 곧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실험과학이라는 분야는 ‘과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실험과학은 끊임없는 열정과 호기심으로써만 완성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2002년 미국화학회(ACS)는 [화학공학뉴스 C&EN]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에 대해 투표한 바 있다. 이는 전 세계 화학자들이 참여한 투표였으며 ACS는 투표를 마치고 10개의 화학실험을 선정해 언론에 공표했다. 투표는 공정하게 진행되었고 어떠한 사견도 들어 있지 않았다. 저자가 활동하고 있는 영국왕립화학회에서도 이 투표 결과를 공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필립 볼은 이 목록에 동의하지 않고 기준을 새로 선정해 다시 10개의 아름다운 화학 실험 목록을 만들었다. 이 책의 목차이기도 한 10개의 실험은 다음과 같다. 1. 얀 밥티스타 판 헬몬트 - 버드나무 실험과 수량화의 아름다움 2. 헨리 캐번디시 - 물의 구성성분 실험과 섬세함의 아름다움 3. 마리 퀴리 - 라듐 발견 실험과 인내의 아름다움 4. 어니스트 러더퍼드 - 알파입자와 우아함의 아름다움 5. 글렌 시보그 - 화학과 작은 것의 아름다움 6. 루이 파스퇴르 - 결정과 간결함의 아름다움 7. 해럴드 유리, 스탠리 밀러 - 생물출현 이전 화학과 상상력의 아름다움 8. 닐 바틀릿 - 제논 화학과 우직함의 아름다움 9. 로버트 우드워드 - 비타민 B12와 검약의 아름다움 10. 레오 파케트 - 도데카헤드레인과 설계의 아름다움 새롭게 실험과학에서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세 가지 관점 그렇다면 필립 볼은 어떤 관점으로 아름다움을 정의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대단한 실험이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제약이나 화학섬유처럼 산업에 혁신적인 도움이 된 실험이었을까? 혹은 벤젠을 발견한 케쿨레의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꿈을 꾸었다는 일화처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을 뜻할까? 혹은 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실험을 뜻하는가? 모두 아니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만큼은 양보 없이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어떤 시각으로 아름다운 실험을 구분했는지를 알 수 있다. 먼저, 특정한 ‘역사적인 실험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던 것에서 ‘실험의 미덕이란 무엇인가’로 시선을 옮겨 보다 일반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실험의 미덕, 즉, 실험자의 태도와 능력은 구체적인 역사의 전후관계에서 현재의 연구 주제라 하는, 문맥으로부터 실험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이는 아리스토텔레스 이래의 많은 철학자들이 윤리에서 도덕적 가치, 규범, 그리고 결과보다 미덕을 선호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립 볼이 주장한 이 ‘미덕’이라는 요소가 대부분 받아들여진다면 ACS가 내놓은 결과보다 훨씬 교육적인 내용을 제시해 준다. 둘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도덕성이나 실용성과는 별개로 미학의 영역에 속하는 규범적인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필립 볼이 실험과학에서 정의한 아름다움이라는 개념도 실험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다른 기준들로부터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각 실험들의 역사적인 가치, 학문적 가치 또한 중요하지만 이 책에서는 화학에 관한 한 최대한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할애했다. 마지막으로, 필립 볼은 예술적인 의미의 아름다움과 과학에서의 아름다움을 구분하고 있다. 저자는 아름다움의 개념이 미술작품을 보는 시각에 멈춰 있는 것을 경계한다. 또한, 그는 분자구조의 대칭성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식의 무딘 정의를 거부한다. 그의 실험적인 미덕이 아니라 예술적인 장점을 보다 과학적 있지만, 실험을 수행하는 과학자의 손에서 진정한 예술을 만드는 기술로 변신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과학의 꽃 실험’ 가장 아름다운 꽃을 찾아라! "사실에만 의존하라. 사실이란 자연이 준 것이라 속임수가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실험결과에 따라 판단하라. 억지로 진리를 찾으려 들지 말고, 실험과 관찰이 주는 자연적인 길을 따라가라." 앙투안 라부아지에의 이 말은 저자가 이번에 다룰 실험과학이라는 학문의 속성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이다. 필립 볼은 서문에서 ACS가 선정한 목록이 중요한 실험임을 인정하면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에 실용성, 중요도, 역사적 배경 등이 뒤섞여 있음을 지적했다. 저자는 또한 약간은 자의적인 해석으로 비칠지도 모르지만 우연이란 요소가 많이 적용된 ‘발견’이라는 것과 끊임없는 정제가 필요한 ‘실험’이라는 것이 동일한 것으로 다뤄지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일견 미학과도 연결되는 듯한 그의 시각으로 새로 조명한 10개의 실험은 다음과 같다. 정확한 양을 정하는 수량화, 세부 사항에 주목한 섬세함, 반복되는 실험을 인내함, 우아한 실험 설계, 실험의 세분화 및 가속화, 단순함과 간결함, 일반적인 전망을 초월한 상상력, 단순하고 간단한 추론, 경제력 편차를 극복함, 간결한 실험 설계 등 열 가지 항목이다. 이 열 개의 실험 목록은 특별한 항목들을 각각 조명하고 있지만 다른 요소들도 모두 갖추고 있는 것들이다. 이 요소들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가? 필립 볼은 각각의 실험에 이 아름다움의 칭호를 부여하기 보다는 실험을 진행한 실험자의 품성에 집중하고 있다. 방사성 원소 라듐을 찾아내는 실험을 알아보노라면 생명을 단축시키면서까지 실험과 사투를 벌인 마리 퀴리의 인내가, 진화론에 불씨를 댕긴 원시 아미노산 합성 실험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밀러의 천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식이다. 필립 볼의 책은 이 열 가지 아름다운 실험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실험과학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그가 던진 이 질문은 미학과 실험이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알아보자는 물음과 다름없다. 실험과학을 단지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고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이려 했던 그의 노력에 힘입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과학과, 과학자들의 일생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