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내용
굉장한 수준의 질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2014년 8월 과학동아 기사를 소개합니다. 요지는 타원이나 쌍곡선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두 겹의 방해석을 겹치게 해서 초점을 맞추었다는 겁니다. 이 점에 대해 더 궁금하시면 과학동아에 이 기사를 쓰신 윤신영 편집장께 직접 답변해 주시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과학자들은 특이한 눈을 가진 파콥스(Phacops)와 그 친척 삼엽충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면서 또 한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렌즈들이 보통 겹눈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었다. 대신 수정체 하나가 아주 큰 볼록렌즈처럼 생겼는데, 이런 볼록렌즈로 세상을 보려면 방해석의 복굴절 이외에도 또 하나의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렌즈를 볼록하고 둥글게 깎으면(볼록렌즈) 빛이 모인다. 하지만 이 빛이 정확하게 한 점에서 만나지는 않는다. ‘구면수차’라는 현상 때문이다. 구면수차가 생기면 렌즈를 통과한 상이 정확히 한 점에서 맺히지 않는다. 정확도가 생명인 눈에 이 문제는 치명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데카르트와,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하위헌스는 각각 독특한 형태의 렌즈를 개발했다. 렌즈의 한쪽 면을 좀 복잡한 형태의 곡면으로 만들어 모든 빛을 한 점으로 모이게 조정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삼엽충에도 발견된다! 파콥스의 친척인 크로조나스피스 스트루베이(Crozonaspis struvei , 약 4억6000만 년 전)의 눈을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 이 삼엽충의 수정체는 단순한 볼록렌즈가 아니라 두 겹의 방해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두 겹 사이 면이 하위헌스의 렌즈와 똑같은 형태를 띠어 빛을 정확히 한 점으로 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달마니티나 소키알리스(Dalmanitina socialis )라는 삼엽충의 렌즈 역시 두 겹의 방해석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삼엽충의 눈은 데카르트 렌즈와 똑같은 원리로 구면수차를 제거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삼엽충의 눈이 그냥 평범한 타원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데카르트렌즈나 하위헌스 렌즈와 똑같은 렌즈와 그와 짝이 맞는 또다른 렌즈, 이렇게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수정체의 이런 특성은 복굴절보다는 구면수차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었고, 복굴절은 아래 설명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했다(과학동아 기사 인용).
\"삼엽충의 눈을 구성하는 재료는 방해석이다. 방해석은 뼈대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몸을 보호하기에는 좋았겠지만 눈을 만드는 재료로써는 그다지 훌륭한 물질이 아니다. 빛이 결정을 통과할 때 두 갈래로 굴절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복굴절 현상). 따라서 방해석을 통해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두 개로 보이게 된다. 단 한 방향에 예외가 있다. 빛이 방해석의 세 방향의 결정축 중 하나와 평행하게 들어가면 두 가닥으로 나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사물이 온전하게 하나로 보인다. 방해석으로 만들어진 삼엽충의 눈 역시 복굴절 문제에 부딪혔을 것이다. 삼엽충은 성장함에 따라, 눈을 이루는 방해석 렌즈들이 이 축을 빛이 입사하는 방향과 평행하게 유지하며 커지는 방법으로 복굴절을 막았다. 최대 수천 개의 눈이 모인 겹눈에서 모든 광물질 렌즈가 방향성을 유지하며 성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눈이 제각각 결정방향을 일정하게 맞춘 채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엽충의 눈은 실제로 이런 구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