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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완료

오늘 KAOS 강연을 들은 제주과학고 1학년 나새연이라고 합니다. 행동생태학에 관심이 많고 평생 그 분야 연구를 하면서 사는 것이 꿈인 터라 오늘 이야기 정말 흥미진진하게 들었습니다. 끝까지 정말 재미있게 들었고 질문도 많았는데, 그랬는데도 우물쭈물하느라 주어진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린 제가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고 지금이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도저히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자습실에서 빠져나와서 이 글을 쓰고 있어요!(다음번엔 절대 기회를 차지 않을 거라고 뼛속까지 다짐했어요) 질문에 답해주시면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관객분이 질문한 것과 비슷한데 이해가 잘 안됐고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요, 진화적 이유는 어떻게 찾는 것인가요? 만약 족제비가 먹을 것도 아닌데 사냥을 하고 다른 동물을 죽인다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진화적 원인을 어떻게 찾나요? 아무리 생존과 번식에 국한된다고 하지만 전중환 교수님께서 예를 드셨던 에스트로젠이 비싼 호르몬이기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적 얼굴을 가진 여성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에서만 봐도 여성적 얼굴과 매력이 왜,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백지상태에서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사실 행동생태학 연구를 해보고 싶은데 간단하고 명료한 실험을 설계하기가 어려워요. 시작은 행동생태에서 해도 점점 ‘how’로 가고, 야생에 사는 동물들을 어떻게 변인을 통제해서 실험할지도 막막하고요. 결과에서 ‘왜’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완벽한 ‘왜’인지 그냥 영향을 미치는 작은 ‘왜’일 뿐인지도 확실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아직 연구 경험이나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걸까요? 박사님은 그런 난관에 부딪치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질문을 다시 정리하면서 생각하다보니 저 스스로 그럴듯한 답을 얻은 것이 많아서 질문이 꽤 줄었네요. 질문시간 때 바로 질문하지 못한 점 (모두께)죄송합니다. 다른 박사님들, 관객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요즘 피곤했는데 흥미진진한 이야기 해주셔서 행복하게 잘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아직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어리석어보이는 질문일 수 있겠지만, 답변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고, 앞으로도 꾸준히 질문과 답변을 이어갈 수 있다면 대단히 감사하고 감격스럽고 행복하겠습니다!

답변내용
새연양. 반가워요. 먼저 행동생태학자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니 놀랍고 반갑고 흐뭇하네요. 좋은 질문을 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동물행동의 진화적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죠. 모든 과학의 출발은 관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새연양이 예를 든 것처럼 족제비가 먹지도 않고 동물을 죽이는 것을 목격을 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왜 먹을 것도 아니면서 사냥을 하고 동물을 죽이는지에 대해 궁금하겠지요.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거에요. 이 가설은 기존의 연구에 바탕을 두기도 하고 보다 깊은 관찰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어요. 만약 기존에 연구가 되지 않았다면 가설을 세우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지금은 먹이로 활용하지 않고 정말 다음에 사냥을 하지 못했을 때 먹이로 쓰기 위해서 죽일 것이다 라든가 또는 타성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든가.... 등등. 그렇다면 이러한 생각 중에 가장 타당해 보이는 것을 가설로 세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에 맞는 예측을 세우고 관찰을 하거나 실험을 하겠지요. 동물의 거의 모든 행동에는 진화적 원인이 숨어있어요. 예측이 틀리면 다른 대안 가설을 세우고 또 관찰을 하거나 실험을 하겠지요. 야생에 사는 동물들의 변인을 통제해서 실험하는 일이란 쉽지 않지요. 그것이 큰 동물일수록 더더욱 그래요. 그래서 변인을 통제하기 힘들 때는 자연상의 다른 환경에서의 대조구를 찾아 비교를 하기도 하고 관찰을 통해서 볼 수밖에 없겠지요. 사실 새연양이 예로 든 행동은 여러 과학자들이 궁금해 했던 것 중에 하나로 대형 포유류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일종의 “놀이(play)”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역시 학자들의 다양한 가설이 있어요. 어릴 적에 사냥을 위한 준비단계로 연습을 하는 것이라는 가설도 있고 발달단계에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있고요. 가설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실험으로 뒷받침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전중환 교수님이 에스트로겐의 특성을 예로 든 것은 how와 why question이 적절히 조화된 사례에요. 에스트로겐은 다른 조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면역력을 낮추는 데 그 만큼 자기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나는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 성이 그런 에스트로겐이 잘 발현된 여성을 선호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죠.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정직한 신호(honest signal)’라고도 하고 ‘장애 가설(handicap hypothesis)’이라고도 해요. 이 역시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타난 가설이 아니라 여러 학자들의 연구와 가설로 수정되고 다듬어진 가설이지요. 새연양이 말한 대로 왜라는 이유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정말 궁극적인 ‘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요. 다만 진화생물학에서의 ‘왜’라는 질문은 진화선상에서 그러한 생물의 형질, 행동 등이 어떠한 진화적 이점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으로 국한되어 있어요. 가설을 세우고 예측을 하고 실험을 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에요. 책과 논문을 많이 읽어야 하고 많은 훈련이 필요하지요. 나 역시 그러한 과정을 겪어왔어요. 만약 지금부터라도 궁금한 것이 있어서 풀어보고 싶다면 언제라도 그 아이디어를 이야기 하고 함께 토의해 보지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었길 바래요. 그럼 훌륭한 미래의 행동생태학자로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2015년 5월 19일 해양과학기술원에서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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