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내용
현대과학은 아직 ‘자아’가 무엇인지 정확히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과학’이니만큼 ‘자아’라는 개념을 ‘영혼’이나 ‘절대자’ 등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인간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많은 과학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아’라는 것도 마치 우리가 색깔을 볼 때 그것이 빨간색이니 파란색이니 하고 느끼는 것처럼 뇌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감감질(Qualia)’일지도 모릅니다. 현대의 과학철학은 대체로 감각질을 실체로 보지 않는 쪽으로 합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아도 실체가 아닌 허상일 수 있습니다. 자아란 다른 것이 아닌(내 손이나 발이 아닌)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인데 진화심리학적으로는 갈등의 상황에서 빠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메커니즘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즉 여러 가지 감각이 서로 상충될 때(이를테면 숲 속에서 맛있는 과일을 발견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그 과일을 먹을지 말지를 갈등하는 상황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으리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은 아직 가설일 뿐 현재 ‘자아’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