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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빅히스토리 토크콘서트] “우주는 가장 훌륭한 스토리텔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7.26 16:47 조회 197

[빅히스토리 토크콘서트] “우주는 가장 훌륭한 스토리텔러”

 

데이비드 크리스천 맥쿼리 대학교 교수

6월 23일, 서울 한남동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열한 번째 북잼콘서트 ‘빅히스토리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인터파크 도서와 빅히스토리 협동조합이 공동주최한 이 행사는 ‘빅히스토리, 세상 모든 것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빅히스토리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맥커리 대학교 교수와 빅히스토리 협회장 로웰 거스태프슨의 강연으로 콘서트는 시작됐다. 이어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의 사회로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이강환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관장, 이효근 하나고등학교 과학 교사의 대담으로 이어졌다. 콘서트에 모인 관객들은 빅히스토리라는 낯선 주제에 대한 호기심에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콘서트에도 도래할 미래와 새로운 학문에 귀를 쫑긋 세우며 ‘빅히스토리’가 들려주는 거의 모든 것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반 고흐 그림도 한 조각만 보면 파란색일뿐...학문도 전체 그림을 봐야”

빅히스토리 창시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림을 보는 누구나 그것이 반 고흐의 작품이라는 걸 안다. 그런데 그림을 잘게 조각내어 그 중 한 조각만 본다면? 조각이 파란색이라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 뿐, 그 정보로 반 고흐의 그림을 떠올리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학문도 우리의 정보체계와 이와 비슷해서 우리는 전체 그림을 알지도, 상상하지도 못한다. 파편화된 지식을 공유하고 결합할 때 모든 존재의 역사라는 큰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따라서 역사는 천문학부터 지리학, 생물학과 정치학까지 학문들이 결합돼야 한다며 데이비드는 ‘빅히스토리’ 창시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의 역사를 알려면 우주의 역사를 알아야합니다. 초기의 지구는 아주 단순한 구조였습니다. 138억 년에 걸쳐서 지구가 복잡해졌는데요. 인류가 나타나면서 더욱 복잡해지죠. 긴 역사에서 인류가 나타난 건 아주 최근 일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아주 많은 에너지를 썼어요. 태양이 생길 때보다도 더 많이요. 인류는 다른 유기체와 달리 정보를 사용하고 공유하고 축적하면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고 덕분에 엄청난 부를 누렸습니다. 반면 에너지를 점점 더 많이 쓰게 됐고 지구 온난화와 같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이룬 걸 유지하면서도 이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의 손자, 손녀 세대가 위기의 미래에서 위협받지 않도록 준비해야합니다. 저는 교육이 그 위기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웰 거스태프슨 빅히스토리협회장

 

로웰 거스태프슨 빅히스토리협회장은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시작됐는가’와 같은 인류의 오래된 기원에 관한 질문이 아주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운을 뗐다. 그는 ‘빅히스토리’가 역사의 의미를 넓히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과거 역사학자들은 역사의 시작을 5천 년 전으로 보고 있지만, 지질학과 천문학 지식을 공유하면서 모든 역사의 시작을 138억 년 전 빅뱅에서, 또한 생물학자의 참여로 인류의 역사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역사로 기원을 넓혔다. 그는 기원의 의미가 더 넓어짐에 따라 우리가 답할 수 있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며 빅히스토리라는 새로운 학문에 매료된 이유를 들려주었다.

“길가에 놓인 돌, 우리 몸에 흐르는 피와 하늘에서 비추는 햇빛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길고 긴 역사, 모든 존재에 관한 가장 훌륭한 스토리텔러예요. 우리는 이 훌륭한 이야기를 어떻게 읽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고 그렇게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태어났습니다. 지구와 인류는 점점 복잡해지고, 우리는 우주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일 뿐이지만, 빅히스토리를 이해하면 다른 것과 어우러져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고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들을 거대역사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1부에서 강연자들은 빅히스토리의 개념과 의미를 들려주었다.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가 말한 것처럼 빅히스토리는 ‘모든 것에 관한 학문’이고, 우리는 그 새로운 학문을 접하는 첫 세대이다. 아주 운 좋게도 말이다.

역사라고 하면 선사시대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왔기에 처음 ‘빅히스토리’라는 낯선 주제를 접했을 때 거의 모든 것의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할까 의아했다. 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강연을 듣고 나니 빅히스토리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통섭적 사고’이며 융합교육의 본보기라는 생각이 든다.

2부에서는 ‘빅히스토리’에서 각 학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러 학자들의 대담은 마치 ‘거대역사’라는 아주 커다란 그림을 앞에 두고 각자 퍼즐 한 조각을 어디에 놓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묻을 수밖에 없는 질문, 우리는 누구인지 또 어디에서 왔는지, 그 커다란 질문에 퍼즐 한 조각씩 끼워 맞춰가는 모습을 보니, 지식을 공유하고 조각을 연결하다보면 우리가 닿고자 하는 곳에 조금씩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아래에 토론자와 사회자가 나눈 대담의 일부를 전한다.

 

(왼쪽부터) 이효근, 정지훈, 정재승, 이강환, 로웰 거스태프슨, 데이비드 크리스천, 원종우

 

“인간 역사에 어떤 스토리를 입히는지에 따라 미래도 달라져”

원종우 : 오늘 모인 분들은 한 말빨(?) 하시는 분들입니다. 난상토론을 하면 여러분이 아마 집에 못 가실 거고요,(웃음) 그래서 역사라는 주제에 맞게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으로 나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우리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천체물리학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천문학자가 바라본 빅히스토리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이강환 : 빅히스토리에서 천문학이 제일 중요합니다.(웃음) 우리가 별의 후손이라고 얘기하는데,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에요. 우주가 탄생한 게 138억 년 전인데요, 기본입자가 원자를 이루고 이후에 복잡한 원소를 이루는 과정이 있잖아요. 모든 재료는 우주에서 만들어졌고 지구는 거기서 만들어진 걸 재활용하고 있을 뿐이에요. 원소는 순환되고, 별에서 만들어진 재료들을 재활용하는 거죠. 그걸 기억하면 빅히스토리가 우주에서 시작돼 계속 이어진다는 걸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원종우 : 빅히스토리의 핵심개념을 가로채려는 답변을 주셨는데요,(웃음) 다른 분들 답도 궁금합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가서 질문을 드릴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 뇌가 세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인위적인 현재와 뇌가 어떻게 연관이 될 수 있을까요?

정재승 : 이강환 선생님께서 지구 탄생 이전의 우주 역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냥 지구 이전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 간단하게 기술하면 될 것 같아요.(웃음) 지구가 존재하기 위해 우주가 많은 노력을 오래 해 왔다고요. 지구에서 생명체가 자기 생명을 유지하고 유전 물질을 전하기 위해서 지능적 행위를 했던 일련의 과정이 빅히스토리의 정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아주 구체적으로 민족이나 인종에 초점을 맞췄지만 빅히스토리 관점에서는 인간이라는 보편적 존재가 어떻게 역사를 이루어왔는지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어서 빅히스토리가 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뇌에 대한 이해가 빅히스토리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종우 : 두 분이 자신의 전공분야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정지훈 교수님도 아까부터 하고 싶은 얘기가 많으신 것 같아요. 미래학이 빅히스토리에서 왜 가장 중요한지를 얘기해 주시죠. (웃음)

정지훈 : 두 분이 빅히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천문학이다, 뇌과학이다 그러셔서, 그 관점에서는 미래학보다 IT 측면에서 한마디 하고 싶어요.(웃음) 존 아치볼트 힐러라는 입자물리학자가 있는데요, 그 분이 쓴 에세이에서 ‘우주는 거대한 정보처리 기계’라고 얘기해요. 또 클로드 섀넌이라는 학자는 정보에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가를 얘기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빅뱅부터 물질 탄생까지 빅히스토리는 정보의 역사에요. 자기 연구 관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지는 게 흥미로운데요,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역사학과 미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묻는 분들이 많아요. 역사는 증거를 중심으로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는 것인 반면 미래는 우리가 개입해서 직접 만들어 가는 과정이죠. 그런 점에서 미래는 학문보다 작가의 영역이라고 봐요. 이 미래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사람들에게 공감시키는 거죠. 공감을 얻기 위한 두 가지 접근방식이 있는데요, 하나는 학문 흉내를 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저는 두 번째 방식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봐요. 사람들이 많이 믿으면 그 미래는 이루어진다는 거예요. 우리가 원하는 미래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미래학자라기보다 미래작가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봐요.

미래작가의 입장에서 공감을 얻어낼 때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죠.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미래를 역사와 연속된 것이라고 얘기했거든요. 과거 역사를 많이 알고 거기에 어떻게 이야기를 입히느냐에 따라 미래 예견이 달라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미래를 보는 데 있어서 역사, 특히 우주부터 인간 역사를 전반적으로 아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원종우 : 사람들이 조금씩 빅히스토리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특히 빅히스토리가 일선 교사분들에게는 수업하며 답답하게 느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주제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고등학교에서 빅히스토리 수업을 하고 계신 하나고 이효근 선생님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어떻게 이 수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들려주시죠.

이효근 : 천문학 좋고요, 뇌 과학 뜨겁습니다. 미래학 우리가 배워야되겠죠. 그런데 아무리 좋은 것들도 안 가르치면 꽝이잖아요.(웃음) 학교에 가면 궁금하지도 않은데 아주 어려운 걸 깊고 자세하게 이유도 모르고 배운 기억이 있을 거예요.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은 분절돼 있어서 깊이는 있지만 연결해서 전체를 보기가 어려워요. 분절된 교육을 하나로 묶어서 크게 생각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09년부터 빅히스토리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빅히스토리 교육을 경험한 아이들은 큰 그림을 보며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게 뭔지 물었을 때 단편적 지식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큰 지도를 보여주고 우리가 해온 것, 그리고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겠죠. 빅히스토리 수업을 진행 할수록 이런 새로운 교육이 퍼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다만 빅히스토리 교육이 괜찮다고 해서 정부에서 이 교육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전국에 보급할까봐 우려돼요. 과거 ‘열린 교육’이 이런 방식으로 했다가 무너졌거든요. 진화의 단계에서 다양성이 보장될 때 건강한 사회와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교육도 다양성이 확보되어야겠죠. 점차 더 빅히스토리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원종우 : 역시 교육이 제일 중요한 것이었네요.(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빅히스토리가 만능인 것처럼 무조건 강요할까봐 걱정이 되네요. 그런 고민들에서 빅히스토리 협동조합이 생겨난 것이고요, 여러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오늘 빅히스토리 창시자부터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까지 모인 빅히스토리의 통섭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학문은 세상과 나를 알고 싶은 욕구에 답하는 여정 아니겠습니까? 그 여정이 빅히스토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 임준형(러브모멘트 스튜디오) 

인터뷰 북& 정윤영(북DB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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