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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처드 도킨스 “인간만이 유전자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1.25 19:54 조회 526

 

[속시원한인터뷰] 리처드 도킨스 “인간만이 유전자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종”

 

이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한국을 찾았다. 그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된 지 40년 만, 그의 나이 만76세다. 작년 들려온 그의 뇌졸중 소식에 그의 팬들과, 그를 ‘워너비’로 삼은 과학자들은 가슴이 철렁했을 터. 그러던 차, 그를 실제로 만날 기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을 게다.

1월 21일 그는 인터파크도서와 카오스재단이 공동기획한 북잼콘서트로 첫 한국 일정을 시작했다. 행사가 열린 서울 한남동 북파크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그의 팬이 선물했다는 사슴 문양 넥타이를 매고 무대에 등장한 리처드 도킨스는 생물학적 진화와 인류의 문화적 진화에 대한 흥미진진한 강연을 통해 관객들을 지적 모험 속에 이끌었다.

강연이 끝난 후 북파크 뉴턴룸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시차 적응이나 체력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나이 35세에 쓴 저서 <이기적 유전자>로 과학계의 슈퍼스타 자리에 올랐다. 이 책에서 그는 유전자 중심의 진화론을 통해 기존의 진화생물학이 설명해내지 못한 부분을 설명했다.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DNA)의 생존기계일뿐이며,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 속에도 사실은 유전자의 존속을 위한 이기적 계산이 숨어 있다는 주장은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혁명적인 것이었다.

<이기적 유전자>의 개정판 서문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40년의 세월에도 책의 세부적인 개정이 없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다만 책 뒷 부분에 학문적 발전에 대한 내용을 보주로 덧붙였을 따름이다. 자신만만하고 논쟁을 피하지 않는 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학문적․이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철저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부드럽고 재치있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연처럼 보이는 역사적 사건도 큰 눈으로 보면 과학”

Q <이기적 유전자>도 세상에 출간된 지 40년이 흘렀네요. ‘논쟁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책답게 각종 오해도 받았는데요. 저자로서 그중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한 것을 꼽아주신다면요?

일단은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이 오해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오히려 이기성에 반대되는 이타성에 관한 책인데 말이죠. 두 번째는 유전자 결정주의가 강조되어 비춰진 게 안타깝습니다. 어떤 이들은 유전자가 인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이해를 하지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이 책은 생물학이 아닌 진화를 다룬 책이에요.

Q 최근 생명공학이나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술 발전을 보면 이제 인간이 유전자보다 힘이 세졌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이기적 유전자>의 주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유전자의 힘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종입니다. 이건 인류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문명 사회에서 사람들은 책을 읽고 서로 교류하기 위해 살지 단순히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살진 않듯이요. 이런 면을 보면 인류는 유전자를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강연 중에 인간이 진화하면서 뇌 크기가 커졌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더 이상 뇌 크기가 중요하지 않을 거라면 차후엔 어떤 능력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보십니까?

 

자연 선택의 기준을 봤을 때 어떤 유전자가 선호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특정 능력을 꼽을 수는 없습니다. 진화는 수백만 년을 단위로 생각하는데 인간 사고로 생각하기엔 무척 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화 진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차원에서 생각해볼 순 있을 겁니다. 가령 피임의 실패로 아이들이 탄생한 건 문화적인 요소 이지 자연 선택은 아니었던 것처럼요. 과거에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능력, 좋은 시력, 반사 신경 같은 능력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물리적으로 그렇게 뛰어야 할 필요도 없고 식량도 충분하기에 어려운 점이 없어요. 물리적인 변화가 굳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다는 게 현재 분명히 드는 생각입니다. 

 

Q 과학자이시지만 자서전에서 많은 것들이 ‘우연’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얼핏 생각했을 때 우연은 과학의 반대편에 서있다고 여겨지는데요.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우연과 과학 중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저는 모든 것은 결정된(determined)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은 이유가 있어서 발생하지요. 간혹 그 이유가 복잡할 때도 있지만요. 그래서 가끔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자서전에서도 얘기했듯이 누군가의 삶에서 아주 작은 것만 달라졌더라도 많은 게 바뀔 수 있어요. 가령 제가 다른 학교를 갔다면 제 커리어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요.

 

더 극단적인 예로는 우리 각자가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엄청난 수의 정자가 하나의 난자를 만나서 한 사람이 된 것인데요. 그 자체가 우연한(lucky, ‘운이 좋은’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지님-기자 주) 것이지요. 다르게 생각해 보면 굉장히 많은 수의 가능성에서 반드시 이 결과로 도출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과학이에요. 역사 초기에 있었던 아주 작은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결과를 낳기도 하죠. 가령 공룡이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역사적 사건과 그것이 낳은 결과는 얼핏 우연처럼 보이지만 큰 눈을 통해서 보면 과학이 아닐 리 없습니다.

 

Q 그렇다면 선생님의 인생에서 가장 큰 우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나의 탄생이 가장 큰 우연이죠. 10억 분의 1 확률이니까요.

 

 

“과학 대중화 위해 칼 세이건과 같은 시적 접근 필요해”

 

Q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재치 있는 비유를 활용한 글쓰기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신데요. 그렇다면 최근 주목하는 과학 저자가 있나요?

 

스티븐 핑커와 두 명의 숀 캐럴을 꼽고 싶습니다. 숀 캐럴 중 한 명은 물리학자이고 나머지 한 명은 생물학자인데 둘 다 흥미롭게 읽고 있는 저자입니다.

 

Q 과학 대중화에도 많은 공을 세우셨습니다. 아직 한국에서‘과학’은 매우 어려운 학문 혹은 대학 입학 시험을 위한 중요한 한 과목으로만 통합니다. 대한민국의 과학 대중화에 대한 조언을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영국에서도 많은 아이들이 과학을 지루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그건 실험실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어요. 매일 실험만 하다보니 과학의 경이로움에 눈뜰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칼 세이건과 같은 접근법을 지지합니다. 칼 세이건은 우주의 광대함, 시간과 공간의 엄청남을 시적으로 표현했거든요. 칼 세이건처럼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시적인 과학(poetic science)이 좋은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꾸준히 반대 의견을 표현해오고 계십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이 사람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 같은데 실상은 그 뉴스가 말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 같습니다. 비행조종사를 뽑기 위해선 그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잖아요.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미국 대통령에 그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뽑힌 것입니다. 미국 국민이 그에게 가장 많은 표를 주긴 했지만 그는 민주주의 실패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이건 비단 미국의 현상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성에 대한 반감, 합리성에 대한 반감, 정부에 대한 반감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목도되는 현상입니다.

 

Q 선생님께서는 학자적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누린 동시대에 가장 성공한 과학자들 중 한 명이십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보람되는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을 하나씩 꼽아 주신다면요?

 

지금까지 열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고, 그것이 어느 정도 세상에 영향력을 끼친 것이 가장 보람되는 일이랄까요. 반대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천착했던 일은 후회가 됩니다.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서 저만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불가능한 산을 오르기(climbing mount improbable)>(국내에는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란 제목으로 출간됐다-기자 주)와 <눈먼 시계공>은 이 프로그램을 써서 쓴 책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미 잘 나와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굳이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 번역 프로그램도 만들었는데요. 물론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언어학적인 학습을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역시 차라리 그 시간에 생물학에 대한 연구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인터뷰: 주혜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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