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이 크고 작은 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불의 고리’라고 하는 태평양 연안지역을 따라 발달한 환태평양 지진대를 중심으로 큰 지진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진과 함께 동반되는 지진해일과 화산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인류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진은 역설적이게도 지구가 살아있다는 반증이다. 지구 생성 초기에 지구 중심부에 쌓인 에너지원으로부터 발생하는 많은 열로 지구내부에는 거대한 열대류 현상이 일어나고, 그 결과 지구표면을 구성하는 지각판들이 운동한다. 지각판들의 이동과 충돌의 결과로 지역마다 불균등한 힘들이 쌓이고, 땅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곳은 순간적으로 어긋나며 지진이 발생한다. 순간적인 땅의 변형은 강력한 지진파를 동반한다.
큰 지진의 발생은 지진이 발생한 진앙지에서의 피해 뿐 아니라, 먼 거리까지 전달된 강한 지진파로 인해 진앙지와 거리가 떨어진 지역에도 큰 땅의 흔들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지진을 유발하는 원동력이 되는 지구내부의 높은 열은 지구 중심부 외핵을 액체 상태로 만들고, 외핵의 운동으로 지구를 감싸는 거대한 자기장을 만들고 태양풍 등으로부터 생명이 숨쉬는 지구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생명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선 지구내부의 높은 열과 그 산물인 지진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면에선 지진은 인류에게 숙명과도 같은 동반자이다. 이렇게 인류와 늘 함께 있는 지진의 특성과 분포, 지진으로 인한 재해의 특성을 알아본다. 또한 피해를 유발하는 지진의 시공간적 분포와 그 효과를 살펴본다. 또 최근 우리나라에서 증가하는 한반도 지진의 실상을 살펴보고, 그 위험성을 확인한다. 또한 지진과 연동하여 나타나는 화산의 특징과 백두산 분화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또한 지진 연구를 위해 발달한 지진학이 지진 연구를 넘어 응용되는 분야를 살펴본다.
본 강연은 크게 3 주제로 구성되어 진행된다.
강연 1: 지진의 위험성과 예지
지진 발생 원리와 지진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 초대형 지진의 발생 특성과 지진 예보 가능성을 살펴본다.
강연 2: 우리나라의 지진과 백두산 분화 가능성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특성, 역사서에 등장하는 한반도 지진 및 지진해일 피해 기록, 백두산 분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강연 3: 지진연구를 넘어 (지진학의 응용)
지진학을 활용한 각종 사건 사고의 원인 규명, 핵실험 탐지, 기후 변화 연구, 행성 연구 등의 사례를 살펴본다. 특히 핵실험 탐지, 테러, 행성 연구 등에 지진학적 방법이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지진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규모’와 ‘진도’
‘규모’는 객관적 척도입니다. 지진을 폭탄에 비유하자면 폭탄이 갖고 있는 에너지 총량입니다. 따라서 규모는 장소에 관계없이 하나의 지진에 대해 하나의 값만을 가집니다. 하지만 폭탄이 터졌을 때 그 위력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죠. 이것이 ‘진도’입니다. 따라서 진도는 하나의 지진일지라도 장소에 따라 다른 값을 갖게 됩니다. 아무리 폭탄이 강해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피해가 없듯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정도는 ‘진도’가 결정합니다. (표 참조)
게다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규모’는 로그함수입니다. 규모가 1이 크면 32배나 더 강력합니다. 2가 크면 32×32=1024, 대략 1000배나 강력한 지진인 겁니다.
“‘규모’라는 개념은 지진학자들이 일반 대중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 필립 프래드킨 <샌 안드레아스 단층 지대의 지진과 삶>
<지진 진도 계급>
2. 지진 전조현상
“전진들이 다수 발생하는 것이 지진예지에서 현재까지 가장 널리 관측되는 전조현상으로 인정되고 있다” - 이기화 (우리나라 지진학 박사 1호, 1985년 이번 경주 지진 때 문제가 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임을 주장)
즉 현재까지 광범하게 진행된 지진연구는 ‘미소(微小)지진’의 빈번한 발생이 지구물리학적으로 주요한 전조현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진 발생 전 활성단층대를 따라 라돈가스가 방출되기도 하지만 라돈가스는 무색무취의 가스라 측정하기 힘들다. 사실 미소지진도 그것이 전조현상인지 여진인지 파악이 어려워 현재로서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어렵다. 특히 그 장소와 시기를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곤충이나 동물들의 이동도 ‘심증’은 있으나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한 연관 관계를 찾지 못하고 있다.
3.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한가?
“원전 하부 지하 10km에서 규모 6.5~7.0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해 원전을 설계한 것으로, 6.5 규모 이하의 지진에도 진원의 깊이가 지표면에 가까워지면 피해 규모는 커질 수 있다 ...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정밀한 지질 조사가 필요하다.” - 홍태경
‘내진설계’를 했다는 것은 ‘규모’ 6.5~7.0의 지진이 지하 10km에서 발생했을 때 이를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규모 6.5가 넘는 지진이라도 먼 곳에서 발생한 경우거나, 규모 6.5가 안되더라도 아주 가까이에서 발생한 경우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로 자체의 피해 못지않게 간접적 영향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에도 지진이나 해일 자체가 원자로에 입힌 손상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전원이 차단되어 냉각수가 순환되지 않아 생긴 사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