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공학이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면서,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과학자”를 장래희망 1순위로 꼽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무개념 어린이 가운데 하나로, 막연한 꿈을 갖고 지극히 평범하게 자랐다. 신해철의 무한궤도가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던 그해 겨울 대학입시를 거쳐, 처음으로 집을 떠나 낯선 서울에서 4년을 보냈다.
믿기 어려울 만큼 똑똑한 친구들을 학교에서 매일 보는 생활이 참으로 경이롭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3년이 더 긴 7년을 보스턴에서 지내면서 더 큰 세상을 만났다. 명징한 논리와 우아한 수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세계보다는, 고되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눈으로 볼 수 있는 투박한 것들에 더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화학합성을 전공했다.
순열 패턴에 충실히 하고자 7년에 꼭 3년을 더한 10년을 블루밍튼에서 보내고, 식상한 비유 속의 연어처럼 시작한 곳으로 거슬러 올라와 이제는 우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분자를 만들며 즐거워하다가도, 나름 열심히 노력했는데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여전히 많구나 하는, 답이 보이지 않는 자괴감으로 살 것 같다. 그 또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