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민ㅣ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일찌감치 지구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있던 나를 대기과학의 세계로 이끈 건 제임스 글릭(James Gleick)이 지은 ‘카오스 (Chaos)’라는 한권의 책이었다. 이 책에서 로렌츠 박사가 완전히 실패한 줄 알았던 실험의 데이타로부터 카오스를 발견해 내는 과정, 또 비록 실수에서 비롯된 발견이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카오스의 본질을 꿰뚫는 이론을 정립해내는 과정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비선형 역학이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대기의 흐름에 매료되어버렸다.
이때부터 나의 대기과학자로서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다양한 현상들을 연구해 왔지만, 모든 연구를 관통하는 하나의 화두는 바로 ‘제트기류’였다. 극지역과 적도지역 사이에서 끊임없이 꿈틀대며 기상현상을 만들어내고,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에 반응하여 기상이변을 만들어 내고 있는 아주 근본적인 존재가 바로 제트기류이다. 사실, 제트기류의 꿈틀거림은 대기 속에 내재된 카오스 현상 그 자체이다. 나는 오늘도 무질서한 제트기류의 움직임 속에 숨어있는 비밀스런 원리들에 다가가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를 노려보며 분주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